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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간단한 냄새 테스트로 알아보는 조기 치매

by redeast 2025. 10. 2.

“어머니가 예전보다 냄새에 예민하지 않으신 것 같아요.” 보통은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치부되기 쉽지만, 조기 치매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의학 연구에 따르면 후각 감퇴는 치매, 특히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징후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냄새를 잘 못 맡는다’는 증상이 단지 비염 때문이 아니라, 뇌 기능 저하의 시작을 알리는 경고일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오늘은 특별한 기계나 전문 검사 없이도, 일상에서 간단히 활용할 수 있는 '냄새 테스트'를 통해 조기 치매 여부를 스크리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려고 합니다.

1. 왜 냄새 감각이 치매와 관련 있을까?

치매, 특히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 사고력, 인지기능의 점진적인 저하를 특징으로 하는 뇌 질환입니다. 많은 분들이 “기억력이 떨어지면 치매를 의심한다”고 생각하시지만, 문제는 이 시점은 이미 병이 꽤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최근 연구들은 알츠하이머병이 초기부터 후각을 담당하는 뇌 부위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즉, ‘냄새를 맡는 기능’이 기억력보다 먼저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뇌의 '후각망울(olfactory bulb)'과 ‘측두엽(temporal lobe)’이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병리 변화 중 하나인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 침착의 초기 표적이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연구에서는 후각 기능 저하가 있는 노인이 5년 내에 알츠하이머로 발전할 확률이 2~3배 높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후각은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뇌의 건강을 알려주는 중요한 창입니다.

2. 자가진단 가능한 ‘간단한 냄새 테스트’ 방법

그렇다면 우리는 일상 속에서 어떻게 후각 기능을 점검할 수 있을까요? 전문 병원에서 사용하는 'UPSIT(University of Pennsylvania Smell Identification Test)'와 같은 후각 검사도 있지만,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방법도 충분히 유용합니다.

● 준비물 (집에 있는 물건으로 가능)

  • 커피 가루 또는 인스턴트 커피
  • 비누 또는 샴푸
  • 식초
  • 귤 껍질 또는 오렌지 에센스
  • 참기름 또는 들기름

● 테스트 방법

  1. 위에 나열한 향을 각각 종이에 묻히거나 작은 용기에 담아 준비합니다.
  2. 눈을 감고 향을 한 가지씩 맡아보게 합니다.
  3. 어떤 냄새인지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지 질문합니다.
  4. 냄새를 맡긴 순서를 바꾸어 한 번 더 반복합니다.

● 채점 기준 (비공식 자가진단)

  • 5가지 냄새 중 3개 이하만 맞출 경우 → 후각 기능 저하 가능성 있음
  • 냄새는 맡았지만 어떤 향인지 구분을 못할 경우 → 인지기능 이상 동반 가능성
  • 냄새 자체를 거의 못 맡을 경우 → 신경학적 검사 필요

물론 이 테스트는 어디까지나 조기 경고 신호를 확인하는 ‘비의료적 참고 도구’입니다. 정확한 진단은 병원에서 신경학적 검사, MRI, 인지기능 평가 등을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나 스스로 또는 가족의 변화를 확인하는 데 있어 냄새 테스트는 매우 간편하면서도 의미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3. 후각 감퇴를 유발하는 다른 원인들과 감별 필요

다만 냄새를 잘 못 맡는다고 해서 모두 치매 초기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후각은 매우 민감한 감각이기 때문에 다양한 원인에 의해 저하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 비염, 축농증, 알레르기성 비염: 코 점막의 염증이 후각세포를 차단해 냄새를 인식하기 어려워짐
  • 코로나19 후유증: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후 후각 상실이 수개월 지속되는 사례가 있음
  • 두부 외상: 머리 외상이 후각신경에 손상을 주는 경우
  • 노화: 60세 이상 고령에서 후각세포의 자연 퇴화
  • 파킨슨병: 치매와 더불어 초기 증상 중 하나로 후각 저하가 동반

이러한 경우, 단순한 후각 감퇴와 중추신경계 이상(치매 등)에 의한 후각 문제를 감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냄새는 맡지만 ‘무슨 냄새인지 모르겠다’, ‘이전에 좋아하던 향이 역하거나 이상하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면, 단순 코 질환보다는 뇌기능 저하 가능성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4. 후각과 함께 점검해야 할 조기 치매의 경미한 신호들

후각 감퇴 외에도 다음과 같은 변화가 있다면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합니다.

  • 집안 물건 위치를 자주 헷갈림
  • 친숙한 장소에서 길을 잃음
  • 같은 질문을 반복함
  • 말을 하다 중간에 단어가 떠오르지 않음
  • 일상 습관(요리, 세탁 등)에 서툴러짐
  • 성격이 갑자기 소극적으로 바뀜

이러한 변화는 초기 알츠하이머의 흔한 증상입니다. 특히 후각 감퇴 + 인지 이상 + 성격 변화가 복합적으로 나타난다면, 전문적인 검사가 권장됩니다.

5. 후각 훈련으로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최근에는 후각 기능을 유지하고 훈련함으로써 인지기능 저하를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들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후각은 뇌의 ‘해마(hippocampus)’와도 연결되어 있는데, 해마는 기억을 담당하는 핵심 구조입니다. 즉, 냄새를 자주 인식하고 구분하고 기억하는 과정이 해마 자극을 통해 뇌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 간단한 후각 훈련법

  • 아침저녁으로 커피, 허브, 과일향, 민트 등 4가지 향을 맡고 구분하기
  • 눈을 감고 어떤 냄새인지 말로 표현해보기
  • 매주 새로운 향 추가해 후각 자극 다양화

후각 훈련은 간단하지만 꾸준히 할수록 효과가 있습니다. 특히 치매 고위험군, 가족력 있는 분들, 60세 이상 어르신들에겐 좋은 예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6. 결론: 냄새는 뇌 건강의 ‘조용한 신호’입니다

우리는 시력이나 청력에는 민감하지만, 후각에는 다소 둔감한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냄새를 맡는 능력은 뇌 건강과 직결된 감각입니다. 치매는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 시작을 ‘냄새’로부터 알아차릴 수 있다면 그만큼 대처 시기가 빨라질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한 간단한 냄새 테스트는 병원에 가지 않고도 일상에서 자가 점검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도구입니다. 특히 부모님이나 조부모님과 함께 테스트를 해보며 대화를 나눠보는 것도, 조기 진단과 관심을 유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무언가 예전과 다르게 ‘익숙한 향이 느껴지지 않는다’, ‘음식 맛이 밍밍하다’는 변화가 있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한 번쯤 치매의 가능성도 고려해보시기 바랍니다. 뇌는 아주 작은 신호로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습니다. 그 메시지를 외면하지 마세요.